
# 헤스본 다음에 정복할 곳은 바산입니다. 바산에서의 전쟁도 헤스본과 똑같은 모양으로 전개됩니다. 그 결말도 같습니다. 다만 성경에서 몇 가지 다르게 적힌 부분이 있어서 살펴보고, 같은 전개지만 두 번째 전쟁이기 때문에 이스라엘이 느끼는 점도 조금 다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 이스라엘은 그들의 불순종으로 인해 아모리 족속에게 패배하고 38년 동안 광야생활을 했습니다. 아모리 족속의 강대함은 그 동안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텐데, 이번 전쟁에서 이스라엘은 완전한 승리를 얻습니다. 하나님께 순종하는 것으로 그 결과가 이렇게 달라집니다.
# 모세가 긴 시간 동안의 광야 생활을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은, 물론 하나님을 믿고 신뢰했기 때문이지만, 그 자신이 애굽에서 범죄한 후 40년의 광야 생활을 경험했기 때문도 있지 않을까요. 그가 도망쳐 나온 후 40년이 지나고 나니, 하나님이 그를 잊지 않았고 그를 다시 부르셨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모세에겐 하나님이 다시 이스라엘을 부르시고 이끄실 것이란 확신이 더 있었을 것 같습니다. 마침 그 시간이 38년이고, 출애굽한 시점부터는 40년입니다. 세렛 시내를 건너는 모세의 입가에 은은한 미소가 번졌을 것 같습니다.
# 이스라엘은 그 강대한 아모리 백성을 진멸시켰습니다. 이 거대하고 의미 있는 압도적인 승리의 소식을 바산도 들었을 텐데, 바산 왕 옥은 전면전을 선택합니다. 그들은 이스라엘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집니다. 이사야가 바알 선지자들과의 대결에서 큰 승리를 거뒀지만, 전혀 꺾이지 않는 이세벨과 변하지 않는 상황을 보고 크게 낙심했던 장면이 생각납니다. 믿음의 한 걸음을 내딛었고, 그 때문에 거대한 세상과의 치열한 전쟁에서 승리했지만, 그 다음에는 더 강하고 거대한 세상이 버티고 있습니다. 다시 칼과 방패를 잡고 전쟁터에 나가야 합니다. 당장이라도 눈 앞에 보이는, 내게 노골적으로 적의를 보이는 이 거대한 세상 앞에 서서 씨알도 먹히지 않을 것 같은 칼을 휘둘러야 합니다. 앞에서 경험했던 승리의 기쁨은 사라진 지 오래고, 두려움, 도망치고 싶은 마음, 무기력함이 저를 지배합니다. 제일 큰 문제는, 이런 경험을 앞으로 얼마나 더 해야 할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세상적인 관점에선 저는 저를 매일 사지로 끌고 가야 합니다.
# 신3:2 여호와께서 내게 이르시되 그를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그와 그의 모든 백성과 그의 땅을 네 손에 넘겼으니 네가 헤스본에 거주하던 아모리 족속의 왕 시혼에게 행한 것과 같이 그에게도 행할 것이니라 하고
크게 낙심해 있던 엘리야가 로뎀나무 아래에서 절망의 말을 쏟아냅니다. 하나님은 그의 말을 묵묵히 들어 주시고, 그를 위로하시고, 쉬게 하십니다. 하나님은 엘리야의, 그리고 이스라엘의 두려움을 알고 계십니다. 하나님은 저의 도망치고 싶고, 그만두고 싶은 마음을 잘 알고 이해하십니다. 저도 온전히 다 이해할 수 없는 저의 깊은 마음까지, 전부 아시고 공감하십니다. 그리고 저의 생각을 아시는 하나님이 말씀하시는 “그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힘들어도 참고 인내하며 그래도 용기를 내라는 일반적인 독려와는 다른 느낌입니다. 하나님의 생각을 감히 상상해 봅니다.
난 네가 느끼는 두려움이 얼마나 큰지 알고 있다. 이 상황을 견디기 싫어서 얼른 도망가고 싶은 것도 안다. 지금이라도 당장 고개를 살짝 돌려 너의 근심을 잊게 해 줄만한 세상의 즐거움을 찾고 싶은 마음도 안다. 세상은 너무 거대하고, 네가 하는 일은, 네가 각오한 용기에 비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처럼 작게 보이지. 세상에 맞서 싸우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고, 남들과 다른 좁은 길로 가는 것이 매 순간 너를 얼마나 괴롭게 하는 일인지 잘 안다. 네 마음 속에서 끝없이 피어오르는 의심과 불안이 있고, 이러다가 크게 망하고 조롱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끊어낼 수 없다는 것도 안다. 피곤하고, 무력하지. 매일 스스로 범죄하는 너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도 혐오스러울 거야.
그런데, 조용히, 잠잠히 생각해 보렴. 정말 그렇게 생각하니? 지금 네가 그렇게 두려워하는 세상 속에서 네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돌아보렴. 지금 네 안에 있는 평안과 기쁨은 허상일 뿐이라고 생각하는지, 지금 네 현실이 네가 그동안 걱정했던 것처럼 불안하고 힘들어하는 상황인지 말이다. 지금 넌 내가 누군지 알고 있고, 내가 너와 함께 하고 있는지도 알고 있다. 지금까지 너의 삶에서 함께 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내가 널 떠나지 않을 것도 알고 있지. 그러니까,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계속 두려움이 몰려오겠지만, 그래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어렵겠지만, 믿음으로 한 걸음만 걸으면 된다. 그 다음 일은 내가 할 것이다.
# 신3:4 그 때에 우리가 그들에게서 빼앗지 아니한 성읍이 하나도 없이 다 빼앗았는데 그 성읍이 육십이니 곧 아르곱 온 지방이요 바산에 있는 옥의 나라이니라 5 그 모든 성읍이 높은 성벽으로 둘려 있고 문과 빗장이 있어 견고하며 그 외에 성벽 없는 고을이 심히 많았느니라
바산이 이길 자신이 있었던 근거가 보여집니다. 전쟁을 잘 대비하고, 이스라엘 백성들보다 무기도 더 잘 갖춰져 있었을 것입니다. 질 이유가 없는 싸움입니다. 이걸 바산도 알고, 이스라엘도 압니다. 이것이 이스라엘의 두려움의 이유이기도 했을 것이고요. 그러나 전쟁의 승패는 전적으로 하나님의 뜻에 따라 좌우됩니다. 저의 과제는 눈 앞의 당위성보다 하나님의 말씀을 더 우선순위에 두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