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회를 다 마친 날 저녁, 일이 터져서 엄마가 복음이를 혼냈습니다. 평소였다면 반격했을 텐데, 뭐라 말하려 하다가 입을 다무는 것을 보았습니다. 복음이가, 제가 보기에 난생 처음으로, 이런 상황에서 참았습니다. 그래서 평소였다면, 20분은 더 진행되었을 소란이 그 순간에 멈췄습니다.
밤에 복음이가 제게 자기 심정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억울하기도 하고, 할 말도 많았지만, 평소처럼 쏘아붙이면 엄마 마음이 상하고, 엄마가 또 뭐라 하면 내 마음도 상할 것이라는 것을 알아서 참았다고 합니다.
그리고나서, 제가 무슨 말을 하지도 않았는데 스스럼없이 자기 생각을 제게 들려줍니다. 어릴 땐 이랬었다, 나는 이런 성격이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등등.. 그래서 제가 물었습니다. 나는 너 태어나고 처음으로 너랑 이런 얘기를 하는 것 같다고, 수련회 때문인가? 했더니 자기도 이런 식으로 아빠랑 이야기해보는 건 처음 같다고 합니다.
늑대에서 개가, 호랑이에게서 고양이가 나왔다길래 그게 꼭 맞지 않는 얘길 수도 있다는 말을 하다가, 구구단을 잘 외워야 한다는 이야기, 수학을 비롯한 모든 공부는 하나님이 이 세상을 얼마나 잘 만들었는지 보여준다, 사람은 관찰하고 발견하고 조합할 뿐이지, 실제로 없던 것을 창조하는 능력은 없다, 인간은 아무리 잘나 보여도 그 한계가 명확하다, 그렇게 위대해 보이는 인간이 이 지구를 파괴시키고 있다, 인간의 욕심을 아무리 줄여도 이 세상은 멸망하고, 지구는 영원하지 않다, 세상이 끝나는 날은 예수님이 다시 오시는 날이다, 예수님께 기도할 때 속이 좀 시원해지는데 욕도 좀 했다, 사람에겐 그렇게 절대 못하겠다, 하나님께 기도할 때는 그렇게 짜증도 내고 속상하다고 솔직히 말하는 게 좋고 하나님도 그걸 원하신다, 예수님을 정말 보고 싶다, 아빠는 예수님을 만났냐, 나도 엄마도 예수님을 만났다, 그걸 어떻게 확신하냐, 내 안이 아닌 내 바깥에서 확신이 온다, 내가 믿으려 하는 것이 아니라 믿어진다, 예수님을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냐, 우리는 약간의 죄가 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약간 빼고는 전부 죄인이다, 우리가 하나님을 생각하고 예배하지 않는 모든 순간이 다 죄이기 때문이고, 말씀에서 말하는 죄를 생각해보면 우린 반드시 어마어마한 죄인이다, 말씀에 나온 기준은 너무 어렵다,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래서 우리에게 예수님이 너무 중요하다, 우리의 그 모든 죄를 다 가져가시고 죽으셨으니, 네가 예수님을 만나고 싶어하는 것보다 예수님이 널 만나고 싶은 것이 훨씬 더 크다, 예수님은 계속 우리를 만나기 위해 우리의 마음문을 두드리고 계시고, 우리는 문을 열면 된다, 어떻게 여는지 모른다, 우리 안에 있는 성령님께서 여시는 거다, 우리가 할 일은 성령님께서 우리 마음의 문을 열어주시고, 예수님이 들어오시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 것이다.
너무 부산스럽게 쓰긴 했는데, 이런저런 말을, 밤 12시까지, 거의 2시간 동안 했습니다. 놀라웠던 것은, 복음이가 마지막에는 졸려하면서도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막판에는 제가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흐름이었습니다) 이 대화를 재미있다고 하며 졸지 않고 들었다는 것입니다. 시간이 너무 늦어져서 제가 중간에 몇 번 끊으며 자라고 했지만, 복음이가 대화의 불씨를 다시 지펴서 다시 이야기가 시작된 것이 이미 여러 번이었습니다. 이야기가 끝나고 보니 결과적으로 복음제시를 한 모양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야기를 나눌 때, 복음이가 이 이야기를 흡수한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었습니다.
복음이와의 대화를 끝내고, 누워 있는 복음이의 손을 잡고 함께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복음이가 예수님을 만나고 싶어한다고 합니다. 복음이 기도를 들어주시고, 우리가 죄인임에도 예수님께서 그 죄를 다 씻어 주셨다는 것을 알게 하시고, 그 예수님께서 복음이의 마음문을 두드리고 계신다는 것을 알게 해 주세요. 복음이의 안에 계신 성령님께서 복음이의 마음문을 열게 하시고, 예수님을 만난다는 것이 무엇인지 꼭 알게 해 주세요.
수련회를 거치면서, 복음이의 마음이 좋은 밭이 되었음을 느낍니다. 말씀을 듣고, 교제하고, 여러 활동을 하고, 기도하는 모든 시간 속에서 복음이가 이게 무슨 의미인지 생각하고 준비되는 시간을 보냈고, 그 시간들을 통해 그날 저녁 말씀을 삶으로 살아내는 것으로 이어졌고, 그렇게 실천해 보니 평소와 다른 광경이 펼쳐졌고, 말씀의 근원이신 예수님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난생 처음 겪는 감사한 경험을 하게 되어 이 시간을 글로 꼭 자세히 남기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이들이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는 것이 정말 부모의 생각과 의도와는 완전히 다른 영역이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렇게 하나님께서 직접적으로 응답해 주신 경험을 하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릅니다. 물론, 제가 그랬듯, 이것이 이 아이의 작은 첫 걸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쓰고 그 다음 날 아침에 낮부끄러워하면서 살짝 고치고 있는 것처럼, 복음이도 언제 그랬냐는 듯 또 자기 감정을 폭발시키며 인내하지 못하는 모습을 수도 없이 보여주고, 또 저희와도 수없이 싸울 것입니다. 그러나 수련회가 끝난 날의 이 경험, 복음이가 말씀을 살아내었고, 예수님을 만나고 싶다고 그 입으로 고백했던 이 경험을 통해, 하나님께서 복음이를 당신의 뜻대로 인도하고 계시다는 것을, 제가 큰 기쁨과 감사로 경험하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의 찬양을 드릴 수밖에 없었습니다.